육아/교육이야기 / / 2021. 12. 9. 13:10

발도르프 유치원 보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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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유치원 보낼까 말까? 발도르프 유치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기에 과연 보낼 만 한지, 어떤 곳인지 정말 궁금했다. 나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발도르프 유치원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작성한다. 

 

발도르프 유치원을 선택했던 이유

자연주의 교육이라는 것과 미디어 노출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어 발도르프 유치원을 선택했다. 발도르프 유치원은

우리나라 나이로 4~7세의 아이들이 다닐 수 있으며, 연령혼합반이다. 일반 유치원은 5 세부 터인 것에 비해서 조금 더 일찍부터 다닐 수 있다.  

 

상담을 갔을 때 유치원의 분위기가 따뜻했다. 강하지 않은 불빛과 포근한 느낌의 소품들이 내 아이가 이곳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또한 원장님의 모든 것을 다 포용할 듯한 마인드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원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 시기(4세)의 어린아이는 당연히 밥 먹을 때 돌아다닐 수 있다, 기저귀도 안 떼어도 된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형, 누나를 보면서 따라 하게 된다 등 듣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말들이었다. 특히 아이가 적응하는 동안 엄마가 같이 원에 있을 수 있다니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해서 36개월까지는 가정보육하리라 마음먹고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치원 보내기 전에는 설레서 잠까지 안 오던 나였는데, 결론을 얘기하자면  현재는 보내지 않는다.

 

발도르프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이유

첫 번째, 혼합연령반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극명하다

혼합반의 장점만 생각했었던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좀 더 큰 아이들인 6,7세의 아름답지 않았던 어휘, 거친 말투와 행동을 배우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처음에 듣고 귀를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크고 힘이 있으니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7세는 '왕'처럼 군림했다. 

 

두 번째, 발도르프 교육을 받는다고 아이들의 성품이 좋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힘없는 아이를 단체로 놀리자, 선생님께서 그 부분을 얘기하고 주의를 주는 모습을 봤다. 놀림당한 그 친구는 평소에도 혼자 돌아다니고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서 놀지 못했다. 그런 친구를 몇몇 봤다. 왠지 감정이입이 되어서 내가 다 속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은 이런 사실을 알까?  유치원에서 밝게 잘 지낸다고 생각하며 아침마다 유치원에 보낼 텐데... 사진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 당시 원에서 우리 아이가 가장 어렸고 또래는 없었다. 집에서만 키웠고 어른 말고는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 어울려  노는 법을 모른다고 할까? 친해지고 싶은데, 끼려고 하면 좀 더 큰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그들만의 공간으로는 다가오지 못하게 밀어내고 소리를 질렀다. 지켜보는 데 마음이 썩 좋진 않았다. 그런 식으로 계속 거부를 당하고, 같이 놀아주는 이가 없다. 어리고 노는 방법도 모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다. 그러다 자기들의 놀이에 끼어든 아이에게 망쳤다고 소리 지르며, 진흙이 묻은 삽으로 아이 머리에 탁! 치는 것이 아닌가? 지켜보지 않았다면, 사진만 보고 우리 아이가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우리 아이를 계속 부르면서 여기로 오라고 하길래 잘 놀아주려고 하나 했더니, 진흙이 잔뜩 묻은 바위에 앉으라고 부른 거였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환상이 컸나 보다.  아이는 아이일 뿐 발도르프 교육을 받는다고 훌륭한 인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36개월 이전에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괜찮은가?

아이는 한국나이 4세 12월생으로 , 당시 32개월로 세돌이 되지 않았었다. 아직 36개월(세돌)도 안된 아이가 섬세하게 자기표현을 하기는 아직 이르다. 부모만큼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케어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적어도 세 돌까지는 부모가 양육해야 하는 이유인 듯하다. 

 

유치원이 먼 거리에 있었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해서 이른 시간에 밥을 먹었고, 그날은 아이가 입맛이 없는지 아침을 거의 먹지 않았다. 활동 중에 내 아이만 간식을 먹일 수는 없고, 유치원 오전활동이 끝날 때까지는 무언가를 먹을 수는 없었다. 아이는 바깥활동 나가서 계속 음식점으로 뛰어갔다. 선생님들은 당황하고, 나도 민망하고 얘가 왜 이러나 했으나, 아이는 배가 많이 고팠던 거였다. '나 배고파요'라고 말하는 대신 배가 고프니 밥 먹으러 음식점에 계속해서 뛰어갔던 거였다. 바깥활동 시간을 꾸역꾸역 채운 다음 아이를 음식점에 데려갔을 때 허겁지겁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아이를 보니 정말 미안해졌다. 36개월이 어느 정도 되어 가자 아이들은 한 달 한 달 성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36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면 조금은 더 잘 적응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네 번째, 아이의 자존감은 중요하다.

아이는 평상시 에너지가 넘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말도 걸고, 인사도 잘한다. 항상 밝은 아이였다. 책에서 유치원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초기에는 유치원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다. 그래서  아침 일찍 준비하고 유치원 가고 싶다 했었는데, 점점 그런 게 줄어들더니 아이의 말이 이상해졌다. 말 더듬은 아니지만, 구어반복이 나타났다.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아빠아빠아빠아빠아빠아빠
이거이거이거이거이거이거이거
왜왜왜왜왜왜왜

말을 일찍 시작했고, 또래보다 어휘도 뛰어나고, 표현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아이의 갑작스럽게 생긴 말 더듬 (구어반복)에 충격받고 유치원을 보내는 게 맞을까 싶어 아이와 잠들기 전 대화를 나누었다. 

나    :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유치원 가야지~
아이 : 나 XX유치원 안 가!
나    : 왜?
아이 :....(말을 꺼내기 싫은 것 같다)
나    : 엄마가 궁금해서 그래. 무엇 때문에 안 가고 싶은지 말해 줄래?
아이 : 친구들이 마음에 안 들어.

 

그래서 다음날 바로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지켜보면서 이곳을 계속 보내야 할지 의문이 들었는데, 현재 있는 구성원이 그대로 있을 것이므로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계속 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다니기 하고 싶어 찾아본 발도르프 유치원이었는데, 스트레스로 인해서 이런 상황이 생기니 아이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다섯 번째,  잘못된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feat.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부모만큼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위의 내용 중에 있던 바깥 활동 중 배가 고파서 음식점으로 뛰어간 다음날, 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유치원에 같이 상담하시는 전문가 선생님이 있다 하면서 우리 아이에 대해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아이가 감각이 굉장히 열려 있어서 좋은 말로 하면 호기심이 많고, 안 좋은 말로 하면 산만하다고 했다. 나는 아이 기르면서 산만하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다. 집에서 엄마랑만 둘이서 지내다가 새로운 환경을 접하니 궁금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장소도 새롭고, 사람들도 새롭고, 처음 보는 것들도 많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어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뜻밖에 눈 맞춤을 얘기를 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눈 맞춤이 되는 게 기본인데 어떤 편이냐고 물어보았다. 문제 될 게 전혀 없었으므로 그 부분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부분이었다.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대체 그건 무슨 소리냐며 어이없어했다.  

 

그리고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지속시간이 짧다는 얘기를 했다. 세 돌도 안 된 아이가 관심 지속시간이 얼마나 길기를 기대하는가? 나도 무엇인가 하다가 싫증 나면 다른 것으로 관심을 옮긴다. 관심 없어진 것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라던가 활동을 하면 오래 집중한다고 얘기를 했더니, 자폐아 아이들도 집중을 선택적으로 잘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갈수록 가관이었다.  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그럼 모든 것에 관심 지속시간이 짧아야 한다는 건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오래 두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갈수록 아이를 이미 문제 있는 아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단체 생활을 하려면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그게 그 당시 (생후 32개월)에 쉽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아이는 그때 아직 단체 생활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와 길을 가다가 나비가 보이면 관찰하고 얘기하고, 꽃이 보이면 다가가 생김새나 냄새도 맡아보고, 주변의 것들을 천천히 보아가면서 대화 나누면서 산책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단체행동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줄 맞춰서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가다가 주변 관찰을 하면서 바로바로 따라가지 못했었다. 

 

처음으로 사회단체생활 시작하는 단계 (그전에는 가정보육만 했었음)인데, 만세돌 (생후 36개월)도 안된 아이가 고작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그걸 바로 해내리라 기대했나? 상담할 때는 그때의 어린아이들은 그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얘기하시더니 상담 시 유치원 입학 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나 보다. 

 

유치원에서 같이 상담하는 전문가라는 사람은 우리 아이를 본 적도 없고, 유치원 원장도 우리 아이를 하루에 5분이나 봤나?

전문가의 자질도 의심스럽고, 유치원 원장에 대한 신뢰가 확 떨어졌다. 이미 우리 아이를 프레임을 끼고 보고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발도르프 유치원을 그만둔 후 이야기

내가 발도르프 유치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어려서부터 그랬듯 우리 아이가 밝은 모습을 유지했으면 해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러하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가 스트레스받아서 말 더듬(구어 반복)이 생겨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일주일이 지나자 그 증상은 사라졌다. 그 후 일반적이지 않은 인원 적고 혼합반인 형태의 유치원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일반 유치원을 선택했다. 아이는 일반 유치원을 다니면서 유치원 규칙도 잘 지키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며 선생님께도 예쁨 받으며 유치원 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 

결론

아무리 발도르프 교육 이념이 좋고 , 선생님들이 인성 좋으신 분이어도

1. 그 구성원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2.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이 친구들과 마음이 맞지 않아 다른 친구와 어울리고 싶어도, 어울릴 대상이 별로 없다. 

3. 혼합반의 장점만 보지 말고 단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일을 계기로 나는 아이가 어릴 때는 또래끼리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4. 유치원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의 사진만 보고 우리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

5. 좋은 교육 하니까 인성 좋은 친구들만 있겠지?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예전의 나처럼 발도르프 유치원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시는 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발도르프 유치원 적응기간 동안 있었던 나의 경험을 얘기해주고 싶었다. 발도르프 교육 물론 좋은 점이 많고, 만족하시는 부모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도르프 교육기관에 대해서 환상만 갖는 것은 위험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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